버튜버의 데뷔, 졸업 그리고 환생
들어가는 말
한국 버튜버계가 굉장히 뜨겁다. 필자의 보잘것없는 블로그까지 여파가 올 정도니 굉장히 큰 사건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바로 스텔라이브의 아이리 칸나의 졸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졸업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을 거다. 다만 스텔라이브 얘기는 조금 할 거다. 이 주제에 대해서 스텔라이브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버튜버의 데뷔
지금 왜 이런 순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지 의아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버튜버를 보아온 사람들에게 특히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버튜버라는 것을, 인터넷 방송의 세계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이것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버튜버라는 문화는 일본에서 유래된 문화다. 성우가 발달한 일본에서 성우가 연기하는 버츄얼 캐릭터와 인터넷 방송으로 노는 문화다. 실제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예능을 보면 성우가 직접 현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캐릭터가 영상에 직접 나오거나 하지 않고 캐릭터의 음성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인데 이런 걸 보면 버튜버의 출발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위의 형태에서 채팅으로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으로 들어오고 시각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버츄얼 캐릭터가 들어온다.
여기서 사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버츄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굉장 비싸다는 문제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버츄얼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현재 초기 버튜버들이 버츄얼을 만들 때는 천만 원, 이천만 원을 우습게 넘었다. 다행히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다. 그렇다고 개인이 쉽게 낼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여기서 기업세와 개인세라는 개념이 나온다.
기업세는 말 그래도 특정한 기업과 계약을 하고 버튜버로서 데뷔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에는 버츄얼을 만드는 가격등 많은 부분에서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에 관한 부분에서는 ‘정산’을 받는다. 그렇기에 저작권에 대한 부분도 회사의 것으로 귀속된다. 반면에 개인세는 개인적으로 버튜버를 준비, 데뷔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버츄얼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점점 느는 추세다. 개인으로 하는 것에는 당연히 잘되기만 하면 대박이 되는 것이다. 회사와 나눌 것이 없으니, 자신이 모든 것을 관리하면 된다. 돈도 모두 자신의 것이다. 물론 이렇게 크기까지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초 중의 기초이긴 하지만 요약하자면 버츄얼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든다. 기업에 소속돼 있는 버튜버가 있고, 개인으로 활동하는 버튜버가 있다. 정도 이해하면 되겠다. 앞으로 더 추가되는 용어와 개념은 추가 설명하겠다.
버튜버의 졸업
처음부터 ‘졸업’이란 말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버튜버에 있어서 ‘졸업’이란 말은 은퇴를 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일 것 같은데 이것은 일본 아이돌 문화에서 기인한다. 일본 아이돌은 특정 아이돌 그룹 특히 AK48에서 멤버가 AK48로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졸업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경우에는 은퇴라기보다는 활동종료의 의미가 많다.
하지만 버튜버에서는 ‘은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은퇴’라는 표현이 참 오묘하게 쓰이는 중이다. 은퇴라는 것이 특정 버튜버 캐릭터가 은퇴하는 경우가 있고, 인터넷 방송을 아주 그만둔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 소위 안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안에 사람
안사람, 안의 사람, 안에 사람 한국에서는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는 일단 안에 사람이라고 하겠다. 안에 사람 즉, 버튜버를 연기하는 사람이다. 버츄얼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목소리다. 사실 버튜버에 관련된 모든 논란은 이 안에 사람과 관련된 것에서 출발한다. 일단 버튜버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에게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버튜버에서 이 안에 사람이라는 것은 존재를 부정한다. 버츄얼 캐릭터가 실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에 사람을 언급하는 것은 굉장한 무례라서 해당 버튜버의 방송에서 퇴출당해도 할 말이 없다. 식당으로 따지면 그런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감추고 싶은 이야기인 만큼, 그것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는다. 소위 ‘빨간약’ 1 이 계속 연관 검색어에 오르는 이유다. 그 ‘빨간약’을 캐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유명 버튜버들의 실물이 유출되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할리우드의 파파라치처럼 그런 것들을 파헤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있는 일이니까.
그러면 이제 제목에서 있는 환생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환생
11월 4일 스텔라이브의 맴버 아이리 칸나가 졸업 소식을 알렸다. 졸업 예정일은 12월 2일이다. 이때 11월 9일에 데뷔하는 홀로라이브 데바이스 2기생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글이 난무했다. 이에 칸나는 11월 6일 본인의 방송에서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튜버 업계의 관행상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하는 말들이 거짓말로 밝혀진 경우가 많았다.
업계의 특수성 때문에 관행이라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기업에 대입해 보자. 중소기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이던 사람을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해가는데, 스카우트당한 사람이 스카웃 받았다고 사실대로 얘기할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업무의 주축을 잃는 셈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카웃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회사를 그만두려고 할 것이다. 더 좋은 연봉, 더 좋은 기회를 잡고 싶은 것은 개인으로서는 당연한 욕심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버튜버들이 거짓말하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인터넷 방송이라는, 대중에게 바로 노출되는 업무의 형태상 기업과 개인의 계약 관계에서 오는 비밀 유지사항들이 따라붙는다. 그 비밀조항 때문에 다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생겨나고 거기서 온갖 추측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반적인 얘기를 대입해 봤지만, 버튜버의 특수성에서 보자. 버튜버를 나누어보면 안에 사람과 버츄얼 캐릭터로 나눌 수 있다. 기업세 버튜버의 경우에는 버츄얼 캐릭터는 기업의 재산이다. 회사의 중요한 상품중에 하나며 버츄얼 유튜버 회사의 특성상 가장 투자를 많이했던 물건이다. 즉, 안에 사람과 명확하게 분리된다. 여기서부터 큰 문제가 생긴다. 안에 사람은 더 나은 대우를 바라기 마련이다. 물론 버튜버의 특성상 자신이 노력하고 운영이 받쳐준다면 크게 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다만 버튜버 업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버튜버 업계를 대표하는 스텔라이브와 이세계 아이돌은 전세계 버튜버 업계에서 본다면 시청자가 1%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일본에서 상장까지 한, 홀로라이브와 니지산지 같은 곳에서 데뷔를 한다면 유튜브 구독자 50만은 기본으로 깔리고 후배들을 밀어주기 위해 이미 데뷔해 있던 선배들과의 합방으로 유튜브 구독자 100만까지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게 버튜버를 아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버튜버이 모두 꿈꾸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기때문에 아이리 칸나가 졸업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억측으로 아이리 칸나가 홀로라이브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던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는 1%의 미미한 팬덤일지라도 국내에서는 버튜버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아이리 칸나의 지금까지 행보와 언행으로 미루어볼때 절대 인터넷 방송과 음악을 그만둘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졸업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궁금할 수밖에 없고, 스텔라이브와 아이리 칸나 본인이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추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신 아이리 칸나 본인이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추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신공격 급의 질 낮은 억측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궁금할 수도 있다. 왜 버튜버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버튜버의 말을 믿지 않는가. 버튜버가 졸업을 할 때 대부분 거짓말 2 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는 당장 이해하기 어렵고 지금 이 사례에 맞지 않지만 한국, 그것도 스텔라이브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
필자가 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각자가 들어보고 판단하시기를 바란다. 다만 위의 이블리스 쵸키라는 버튜버는 건강 상의 이유로 졸업을 했다. 하지만 몇 달 뒤 스텔라이브 3기생 클리셰소속의 하나코 나나의 목소리가 이블리스 쵸키와 목소리가 같다며 환생 논란이 터졌다.
이 환생은 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이블리스 쵸키가 졸업 전에 굿즈를 팔았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블리스 쵸키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회사와 쵸키의 안에 사람이 팬들의 지갑을 턴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쵸키의 팬들은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블리스 쵸키의 안에 사람은 따지고 보면 이직을 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이것 자체를 나무랄 수 없다. 또, 거짓말과 굿즈 장사로 배신감이 들 수는 있지만 그 목소리를 좋아하던 이들은 다시 하나코 나나의 팬이 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이것은 잘 모르는 이들의 행복 회로일 뿐이다. 하나코 나나의 방에서 이블리스 쵸키를 언급하는 것은 안에 사람을 언급하는 것과 같이 본다.
전생
다시 새로운 개념이 나왔다. 전생, 불교의 용어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의미가 조금 변질되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죽고 난 후에 다른 세상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을 전생이라 부른다. 오타쿠 문화의 산물인 버튜버도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위의 사례와 연결해 보면 스텔라이브 하나코 나나의 전생은 이블리스 쵸키다.라고 줄일 수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것을 언급하는 것은 하나코 나나에 대한 결례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팬들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만약에 이블리스 쵸키가 개인세 버튜버로 환생(재데뷔)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세 버튜버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부각된다. 이블리스 쵸키의 팬들은 하나코 나나의 방에 가서 이블리스 쵸키의 팬이었다, 얘기할 수 없다. 하나코 나나가 아니라 이블리스 쵸키를 좋아하던 팬들은 버려진 것이다. 밑의 대화는 커뮤니티에서 읽게된 이것과 관련된 대화 내용이다.
벤 :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파생된 단어로 상대방이 챔피언을 고르는 것을 금지나는 것을 말해한다. 대회에서 벤과 픽(챔피언을 선택하는 행위)을 번갈아하면서 상대방의 전략과 운영을 맞추면서 심리전을 한다.
이런 것들을 아는 아이리 칸나의 팬들은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안 중요한 곳이 어디 있냐만, 인터넷 방송은 특히나 소비자가 중요한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과연 팬덤이라는 것의 가치가 이렇게 낮아서 과연 버튜버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치며
버튜버 방송은 소위 WWE와 같다. 어느 정도 짜인 판인 것을 알지만 그것을 알고 수긍하며 보는 것이다. 게다가 WWE에 있었던 파이프 밤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 사생활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파파라치 같은 키리누키들에게 신상이 털려 타격을 입기도 한다. 버튜버의 밝은 면만 본다면 인터넷 방송만만으로도 만족하지만 팬들의 성향은 천차만별, 버튜버의 모든 것을 알고 싶기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인터넷 방송이 탄생한 이후에 뿌리 깊은 문화다. 아니, 세상에 유명인이라는 것이 생기고 생겨난 오랜 감정이다. 단지 그 형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버튜버라는 새로운 유명인이 생긴 것 뿐이다. 그렇기에 논점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팬들이 없는, 소비자가 없는 콘텐츠, 공급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 환생과 전생의 문제가 분명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연 이 버튜버라는 것이 산업으로서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번 생각해 봐야지 않나 싶다. 4
2024.11.11 초판발행
- '빨간약’은 영화 매트릭스 1편 에서 유래한 용어다. 영화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제시하는 두 가지 알약 중에 빨간약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진실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파란약은 질서 있는 세계에서 안온한 만족의 길을 가는 것을 상징한다. [본문으로]
- 조금만 깊게 들어가보자. 졸업이 결정 된 경우 여러가지 불만이 있지만 잘못 얘기를 했다가는 기업에 해악을 끼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이런경우 어쩔수 없이 얘기를 피하는 경우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버튜버 본인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버튜버가 여론을 선동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는 많이 있어 왔다. 사례를 일일이 들기가 힘들지만, https://youtu.be/qvm4mcwjFd8 를 참고하기 바란다. 게다가 이 거짓말이라는 개념도 버튜버 업계의 특이한 현상이 있다. 바로 안에 사람과의 분리다. 기업세 버튜버를 A, 안에 사람을 C라 해보자. 이 C가 몰래 개인세 버튜버 B를 만들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목소리를 듣고 A에게 물을 것이다. "너 A냐?" 하지만 A는 이때 C로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A로서 대답한다. "나는 B가 아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A의 입장에서 B는 다른 사람이 맞다. 왜냐하면 C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입자에서 본다면 이 질문은 C에게 물어본 것이다. 결국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 https://www.dogdrip.net/593367052 [본문으로]
- https://youtu.be/EglWvTdWymk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