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떠들 썩하다. 부커상을 받았을 때는 사실 언론만 떠들 썩 했다.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부커상에 대해,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권위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깊이 있게 알기 힘들다. 게다가 채식주의자라니. 물론 번역되어 소개가 그 해에 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오래된 소설이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 좋은 단편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상을 받았다고 해도 위화감은 없었다.
지금에야 많이 멀어지긴 했지만 한 때 소설가를 꿈꿨던 사람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정말 기쁘다. 또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소설은 정말 깊고 진한 맛이었다.
이상문학상
한강 작가가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던 건 유명한 작가가 아버지였던 것도 한몫했지만, 본인의 실력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5년 이상문학상에서 '몽고반점'이라는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였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계에서 중요한 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상문학상이다. 대학생때는 한창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으면서 공부를 했는데 '몽고반점'은 상당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었다.
당시 소설계는 박민규 작가가 상을 쓸어 담던 시절이었다. 이후에 김애란 작가로 시선이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박민규 작가가 단편이 약한 것도 있겠지만, 이상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한강작가가 받으면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궁금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와 그 전, 후로 있었나 싶은 심사평들이 쏟아지면서 참 궁금했던 소설이었다.
각각의 상징들이 얽히면서 소설을 읽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분명 문해력을 요하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난해하지는 않다. 상징에 대한 힌트를 소설 요소요소에 숨겨두며 소설을 어떻게 구성해나가야 하는지 분명한 철학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참 맛있고, 씹을 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잘 짜여진 문장, 예리하면서도 탄탄한 묘사, 어려운 소재를 끌어가는 구성력까지 좋은 소설의 요건을 다 갖췄다고 할 수 있었다.
소년이 온다
아마 작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소설 중에 하나일 것 같다. 광주에서 70년에 태어났다고 하면 지나칠 수 없는 일, 광주 민주화항쟁을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알던 이가 돌아오지 못했더랬다.
당시에 예술계에서 광주 붐이 일었다. 영화와 소설이 쏟아져 나왔다. 비슷한 세대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었다. 세대가 교체되면 다시 붐은 올 것이다. 이 끝나지 않는 싸움에 끝을 내기 위해서, 누가 다시 펜을 든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70년대 생들이 이야기 했던 광주는 슬펐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 다음 세대의 이야기도 슬플 것인가.
부커상
정확하게는 부커국제상이다. 작가 뿐아니라 번역가에게도 상을 준다. 채식주의자 얘기를 해보자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각 소설의 화자가 다르며 굉장히 상징이 많은 소설들이다. 그 중에서 '채식주의자'가 가장 쉬운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 근래에는 오히려 독해가 페미니즘으로 왜곡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소설을 단순한 페미니즘에 국한해서는 '가부장적 폭력'이라는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 '가부장적 폭력'이라는 것은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주인공 '영해'가 여성이라서 초점을 여성에 맞추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거부하고 있는 것은 '육식'이라는 공통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육식'은 누구나 한다. '가부장적 폭력'의 가해자가 시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누구나 그 폭력의 주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뒤에 따라오는 단편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노벨상
노벨상은 작가의 작품 전체를 두고 이야기하는 상이다. 작가의 인품 또한 노벨상 수상의 중요한 요건이라고도 한다. 훌륭한 작가의 훌륭한 인성,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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